2007년 4월 2일 월요일

블로그! 또 하나의 고민

* 출처는 bloomstory.net. 사이트 폐쇄.

블로깅을 시작한지 벌써 수주일이 되었지만, … 아! 그 대문 화장? 결국 블룸은 한이 없겠다 싶어, 가장 심플하고, 간단하고, 변화가 없이 단조롭다 싶은 흰색과 녹색을 택해, 대충 문을 열었다. 심심하긴 했지만, 울긋불긋한 것보다는 감정의 동요가 없어 그럭저럭 만족했다. 아니, 만족해지지 않으면 어쩔건데? 싶다보니, 하는 수 없이 만족스러워진 것 같았다. “진리는 심플한거야!” 라고 속으로 자신을 달래며, 서둘러서 일기를 썼다. 하루, 이틀, 사흘, … 일주일, 이주일, … 글을 쓰는 일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머릿속에 혼란하게 들어차 있던 기억들을 가지런히 정리정돈 해야만 했다. 가뜩이나 “생각”, “기억”, “고민” 같은 단어들과는 친하지 않았던 그 였는데, 또 자기 방 조차 정리할 줄 몰랐던 그 였는데, … 더군다나, 이건 나만의 일기도 아니잖아! 누군가가 잔뜩 들어와서 모조리 읽을 것을 생각하니,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쓰고, 이쁘게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학교 다닐때 작문 연습좀 해 놓을 걸, 국어 시간에 졸았던 기억이 수십년도 지난 이제서야 다시 되돌아와 괴롭힐 줄이야… .

블룸만 그런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어디를 돌아다녀 보아도, 국어공부는 고사하고 연애편지 한번 멋지게 써본 적이 있을 것 같은 블로거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건 순전히 사회 분위기 탓이야! 라고 블룸은 중얼거렸다. 간혹,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든 곳을 찾아가보면, 시장의 좌판대처럼 물건을 팔기위해 연막작전을 쓰는 블로그가 대부분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유치한 꼬마들의 무의미한 난장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로 벗는장르 쪽이었다(쩨쩨하게 모자이크는 왜해?). 그 어디에도 모델이 없었다. 모델이… . 간혹, 인기-건전-깔끔 장르쪽도 눈에 띄긴 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마치 상품 광고처럼 예뻐보이게만 장식한 사진에다가, 어디서 지겹도록 본듯한 몇 마디 문구들을 곁들여서, 음식을 소개 한다든가, 새로나온 전자제품 사용 후기라든가, 아니면 IT관련 상품정보, 아니면 블로그나 웹사이트 정보 등이 다 였다. 아예 대놓고 장사를 하는 아저씨 아줌마도 있었다. 결국, 언젠가는 모든 블로거가 좌판대가 되어, 체인 대리점이 되어, 기업이 기계로 대량으로 찍어낸 물건을 팔게 될 것인가보다. 대박은 판매량이고, 판매량은 모든 블로거의 최고선이 될 테니, 좀 뜬다 싶은(소위 대박) 종목들로 우르르 모여들어, 그와 똑같은 판박이 블로그가 수백 수천개로 불어나 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겠지. “전문 블로거”니 “전업 블로거”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슬슬 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블로거들은 지금 기업의 지원이 없이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가 광고하고 판매하는 법, 좌판대를 꾸미는 법, 운영하는 법 등을 훈련하고 연구하면서, 말하자면 자가-연수중이다.

그런데 블로깅의 뒤를 봐주고 판만 깔아주기만 했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던 기업들도, 이제 서서히 그 자비로워 보였던 시커먼 털복숭이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어떤 인터넷 책방에서는, 자기네 책 광고배너를 블로그에 달아, 거기서 수익이 생기면 같이 나누어 먹자는 식의, 신종 광고 마케팅 오지랍을 벌이고 있었다. 이러한 프로포즈에 화답하듯, 어떤 백인 블로거는 자기 몸뚱아리(마빡, 머리, 등짝, 가슴짝, 등등)에 광고할 업주를 찾는다는 광고를 인터넷에 대문짝만하게 낸다. 구글(Google)? 최근에 나온 물건들 중에서 가장 지독하고 오지랍이 넓은 물건들 중 하나인데, 광고에다가 인공센서를 장착해서, 블로거들이 자기 블로그에 코드 몇 글자를 붙여 놓으면, 이 센서가 알아서 블로그 내용에 맞는 광고를 해 준다는 것이었다. 대단한 오지랍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모든 오지랍들이 추구하고 있는 단 한가지 구호가 있다면, 바로 “전 인류가 광고업자가 되는 그날까지!” 일 것이다. 광고란 팔아야 할 물건이 너무 많아서 생긴 오지랍이다. 앞 뒤 안가리고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들이 갈 곳이 없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물리적 폭력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팔아야 한다. 남, 녀, 노, 소, 부서, 전공, 취향, 지위, … 여하를 막론하고, 매장이든, 시장이든, 길거리든, 지하철이든, 버스이든, 화장실이든, … 팔아야 한다! 팔아야 한다! 팔자! 팔자! 팔짜려니 하고 팔자! … 왜 주문도 안 한 물건들을 그렇게 많이 만들어가지고, 그 고생들을 하는지 … 이제 물건들 좀 그만 만들고, 다른 것들을 고민하는게 좋지 않을까? 블룸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발빠른 광신도 블로거들은 그 기업 광고 오지랍이 무슨 메시아의 재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제 직장에 다니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만만하게 미래의 유토피아를 예견한다. 그래봐야 또 다른 직장으로 옮긴, 그냥 전업(轉業)일 뿐인줄도 모르고… . 모두가 잠정적인 상인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곧, 더욱 더 가혹한 계약조건으로, 거대기업의 개별 하수인들로 다시 고용될 …

더욱 더 블룸을 괴롭힌 문제는 바로 타블로거들이었다. 도무지 움직일 줄을 모르는 인간들이었다! 누군가가 말하길 진정한 블로깅은 소통이라고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몇 주일이 지났어도, 댓글 아니 방명록에 안부글이 하나 없다. 어떤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더니, 어떤 블로거는 “나 이제 이런 거 안해!”라고 투덜거리며, 일주일만에 블로그를 폐쇄하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여기 저기를 돌아다녀 봐도, 페이지들은 대부분 한산 했다. 물론, 블로거 스스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 다른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웃기는 글도 남겨 놓고, 정보가 있으면 가르쳐 주기도 하고, 블로그 리스트를 작성해서, 기념일이라든가 중요한 날 등을 적어 놓고, 때가 되면 한 두 번씩 메일이나 방문쪽지를 날려주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고객이 될, 후원자가 될, 지지자가 될, 하다못해 배너클릭수라도 올려 줄, 잠정적인 먹이들에게… . 회사에서 고객을 관리 하듯, 일정과 작업표를 짜듯, 모든 인간 관계는 완벽한 스캐쥴 표가 인쇄된, 한국 성과향상센터 주식회사가 만든, 보르도와인 루이까토즈 커버로 된, 10만원 상당의 프랭클린 플래너에 빼곡히 채워져, 내 인생을 지도해 주고 있다.

결국, 타 블로그에 방문하여 글을 남기는 것은, 말하자면, 고객 관리, 자기 관리,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일(work)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남발하거나 헤퍼서는 절대로 안 된다.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높거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때에만, 프로페셔널 답게,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한 마디를 던져 놓고 슬쩍 나와야 한다. 코멘트는 값비싼 댓가여야 하는 것이다. 코멘트의 경제 실현! 플래너 맨 앞머리에 적어 놓은 인생철칙, “take and give !” 를 오늘도 암송하며, 횡하니 바람이 부는 방안을 지키고 앉아, 사교를 위해, 맹목적인 소통을 위해, 회사에 출근하듯, 블룸은 오늘도 랜덤으로 타블로그를 검색중이다. 왁자지껄한 곳을 찾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허기가 지는, 채워지지 않는, 말하자면, 지옥과도 같은 바다 속으로. 모두가 말들은 안 하고 있지만, 어쩐지 쓴웃음을 자아내는 곳으로.

최근에 블룸은 조금씩 깨닫고 있다. 블로그는 누군가가 우리에게 선사한, 혹은 우리가 직접 만든 수단이다. 어쩌면 우리의 차가워진 가슴을 데워줄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로그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진짜 문제를 드러내 주었다. 블로그는 우리가 맞딱드리고 싶지 않아 계속 피해만 다녔던 그것을 다시 잊어버리도록 해 줄 또 하나의 구실이 될 수도 있다. 불씨를 찾아야 한다면, 그것은 블로그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이성과 가슴 속에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블로그가 그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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