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전 우리 아파트 외곽길 꽃밭에 작은 노란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꽃을 꺽지 맙시다’라고 써 있었다. ‘꺽’. 팻말이 2-3미터 간격으로 쫙 있는데 죄다 ‘꺽’이었다. 뭐 당연한 거지. 일괄적으로 프린트해서 코팅해서 붙인 거니까. 아무튼 왠지 아파트 망신 같기도 하고 동네 애들이 보기에 ‘꺽’이 맞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도 죄다 그렇게 써 있으니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헷갈렸다) 그날 저녁 아파트 관리실에 가서 팻말이 잘못됐다고 얘기했다. 실컷 떠들고 나니 “아, 쌍기역이 아니라 그냥 기역이란 말씀이죠?” 하기에 쩝, 쌍기역이라고! 했다.
언제 고칠까 궁금했는데 어젯밤에 보니까 드디어 쌍기역으로 되어 있었다. 혼자 흐뭇해하려는 찰나 자세히 보니 팻말을 교체한 것이 아니고 얄팍하게 펜으로 ‘ㄱ’에 짝대기 하나 그어서 ‘ㄲ’으로 바꿔 놓은 거였다. 음, 절약정신인가 했더니 다 고친 게 아니라 ‘꺽’ 그대로인 팻말도 있고 그런 것이다. 아무래도 아파트 주민 누군가가 고쳐 놓은 게 아닐까 하는데 언제 교체하려나. 그냥 내가 마저 짝대기 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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