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30일 화요일

‘님하’와 ‘즐!’

‘님하’와 ‘즐!’, 소위 말하는 초딩적 표현이다. 예전부터 “즐통, 즐겜, 즐팅하세요!” 이런 말이 있었지만 그때는 즐거운 통신, 즐거운 게임, 즐거운 채팅을 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즐!’ 이러면 꺼지셈!, 닥치셈! 이런 뜻이다. ‘반사!’와도 일맥상통한다.

.. 우리나라 신석기 대표 토기인 빗살무늬토기의 한문 표기는 즐문토기(櫛文土器)이다. ‘즐’은 빗살, ‘문’은 무늬인 셈이다. 빗살무늬는 이런 무늬이다. 빗장이라고 있지 않은가. 빗장 수비, 빗장을 걸고 막는다, 뭐 그런 것. 그러므로 ‘즐!’이라는 것은 “꺼지셈! 귀를 막고 (빗장을 걸고) 니 말 안 들리셈!”이라는 뜻으로, 즐문토기에서 어원이 유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님아’, ‘님하’ 이런 말도 자주 쓰는데 ‘님아’는 제외하고 ‘님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용비어천가를 보면 ‘님금하, 아르쇼서..’라는 말이 있고, 정읍사(井邑詞)에는 ‘달하, 노피곰 도드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하’는 높임호격조사다. 님금, 달, 님 등의 단어 자체에 높임의 의미가 있어서 ‘-하’를 붙이는 것이다. 즉 ‘님아’는 틀리지만 ‘님하’는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즐!’과 ‘님하’는 단순한 초딩적 표현이 아니라 고도의 학술적 표현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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